협상 권한을 활용한 협상 전략 ㅣ 결정권자 구조로 판을 뒤집는 실전 협상의 기술 권한, 결정권자, 실전 기술
- 네고컨설팅

- 11월 15일
- 3분 분량
협상 교육 전문가 김상철 박사의 5분 협상 레시피 .03 - 협상 권한을 활용한 협상 전략 - 결정권자 구조로 판을 뒤집는 실전 기술
1. 상황 (Situation)
“야, 조조! 오랜만이다!”
회사 근처 단골 삼겹살집. 영업2팀 유비 과장은 회식 자리에서 맞은편 테이블의 고교 동창 조조를 발견했다. 반갑게 인사를 나눈 뒤 명함을 건네받았는데, 그 속의 글자가 낯설었다.
‘OO무역 영업부장 조조.’
유비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너 작년에 회사 그만두고 사업 시작했다며? 그럼 사장 아니야? 그런데 왜 명함엔 부장이라고 돼 있냐?”
조조는 웃으며 말했다.
“거래처 나갈 땐 사장 명함보다 부장 명함이 유리할 때가 많거든.”
유비는 고개를 갸웃했다.
“직급이 높을수록 신뢰가 생기는 거 아닌가?”
조조는 소주잔을 들며 피식 웃었다.
“그게 꼭 그렇지만은 않거든. 상황 따라 달라.”

유비는 그날 밤 곱씹었다.
사장이면서 부장 명함을 쓰는 이유, 그건 단순한 겸손이 아니었다.
‘협상에서는 권한이 많을수록 오히려 불리할 때가 있다’는 걸, 조조는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다.
2. 분석 (Insight)
비즈니스 협상의 본질은 ‘권한(權限)의 게임’이다.
현대 비즈니스에서는 협상 테이블에 앉은 사람(실무자)과 최종 결정을 내리는 사람(책임자)이 다르다.
이를 각각 협상실무자(協商實務者, Negotiator), 협상당사자(協商當事者, Principal)라고 부른다.
협상당사자는 법적 권리와 의무를 지는 ‘진짜 주체’이며, 협상실무자는 그로부터 위임받아 협상을 진행하는 사람이다.
법적으로 회사는 협상당사자, 직원은 협상실무자인 셈이죠. 하지만 실무에서는 협상실무자인 담당자의 상사가 협상당사자 역할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중요한 사실 하나 —
협상실무자는 결코 전권을 가지지 않는다.
즉, “여기까진 제 권한이지만, 그 이상은 결재가 필요합니다.”라는 상황이 늘 생긴다.
가격 인하, 납기 조정, 보증 기간, 서비스 범위 등등에서
이 모든 결정은 일정 수준까지만 ‘협상실무자 재량’으로 처리된다.
이걸 우리는 흔히 이렇게 표현한다.
“그건 제 마음대로 할 수가 없어요. 사장님 결재가 필요합니다.”
이 한마디가 사실은 강력한 협상 기술이다.
상대의 무리한 요구를 부드럽게 거절하면서도 관계를 해치지 않는다.
‘권한의 한계’를 핑계로 상대방의 제안을 거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 권한이 낮을수록 생기는 ‘완충 효과’
권한이 낮은 사람은 언제든 “위에 보고해야 한다”고 말할 수 있다.
이건 협상에서 시간과 여유를 벌 수 있는 마법의 문장이다.
즉답을 피하고, 생각할 틈을 확보하며, 내부 논리를 재정비할 수 있다.
반면 사장은 다르다.
사장은 ‘핑계’를 댈 대상이 없다.
고객이 “조금만 더 깎아주세요”라고 말하면,
그 자리에서 거절하기도 애매하다.
결국 사장은 협상에서 더 취약한 위치에 놓인다.
조조가 스스로 부장 명함을 쓰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그는 실무자라는 ‘가면’을 쓰고 협상에 들어간다.
그래야 “이건 제 권한 밖입니다”라는 방패를 들 수 있기 때문이다.
즉, 권한이 낮아 보이는 전략은 협상의 완충장치가 된다.

🔹 협상당사자와 협상실무자의 분리 전략
조직 내 협상 구조를 보면,
협상실무자는 현장에서 거래 상대를 만나 조율하고,
협상당사자는 회사의 리스크를 관리하며 최종 결정을 내린다.
이 구조는 내부적으로도 ‘책임 분산’이 되고, 외부적으로도 ‘협상 레버리지’가 된다.
예를 들어, 영업사원이 가격 협상을 진행할 때 고객이 무리한 요구를 해온다면 이렇게 말할 수 있다.
“그건 제 권한을 넘어섭니다. 본사 결재가 필요한 부분이라 확인해보겠습니다.”
이 말 한마디로 협상 흐름은 바뀐다.
고객은 더 이상 세게 밀어붙이지 못한다.
왜냐하면 상대가 ‘최종 결정권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3. 이렇게 협상하라 (Action) — 가볍게 써먹는 현장 버전
1) 첫 판은 “실무–실무”로 가볍게 시작하기
짧은 장면: “가격 좀 더 깎아주세요.”
→ “일단은 제가 1차로 맞춰볼게요. 최종은 팀장님이 확정해주십니다.”
현장 멘트: “초안은 제가 조율하고, 결재선 올라가면 확정 드릴게요.”
왜 : 최고결정권자 앞에선 상대 요구가 커진다. 초반엔 실무끼리 먼저 어느 정도 맞춰라.
작은 팁: 첫 미팅에서 “다 됩니다” 금지. 자신의 협상 권한이 제한적이라는 것을 명확히 해야 한다.

2) 바로 답하지 말고, ‘내부 승인’으로 숨 고르기
짧은 장면: “오늘 안에 납기+AS 확정 가능하죠?”
→ “가격은 지금 합의했고요, 납기와 서비스는 내부 승인 후 내일 11시에 콜 드릴게요.”
현장 멘트: “패키지로 묶어서 주문하시면 내부 승인을 받기가 쉽습니다. 이 부분만 양보해 주세요.”
왜: 즉답을 피하면 지나친 양보를 막고, 상대방으로부터 추가 양보를 받아낼 수 있다.
작은 팁: ‘지금 확정’ 요구엔 일부만 즉답하고, 나머지는 조건부 양보를 요구하면서 ‘내부 승인’으로 넘기자.

3) 상대가 세게 치면, ‘협상 권한-제한 + 대안’ 한 세트로
짧은 장면: “경쟁사는 12% 깎아 주던데요?”
→ “제 권한으론 최대 5%까지만 할인이 됩니다. 대신 설치 무상 + 초기교육을 포함하면 적어도 9% 절감 효과 낼 수 있습니다.”
현장 멘트: “8%는 팀장 결재를 받아야 되요. 제가 할 수 있는 건 5% 할인과 기타 일부 옵션을 서비스로 드릴 수 있는 것 뿐입니다.”
왜 : 딱 잘라서 “안 됩니다”로 하면 협상(거래)가 바로 종료될 수도 있다. 내 협상 권한의 한계를 밝히고 동시에 상대방이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해 주면 협상 타결이 쉬워진다.
작은 팁: 퍼센트로만 밀당하지 말고, 옵션·납기·서비스 같은 조건을 붙여 협상의 틀(Frame)을 ‘가성비’로 전환하라..

💬 미니 한 줄 스크립트
“초안은 제가 조율하고, 확정은 결재선 태워서 드릴게요.”
“가격만이 아니라 납기/AS를 세트로 맞추면 더 유리합니다.”
“제 권한으로는 여기까지고, 대신 설치+교육 무상으로 체감가 낮춰드릴게요.”
“오늘은 이 조건만 합의하고, 나머지 세부 사항은 내일 11시 내부 체크 후 콜 드릴게요.”
4. 5분 요약 (Summary)
“협상은 권한의 설계다.”
권한이 낮아 보이면 방패, 높으면 책임이 된다.
실무로 시작해, 권한을 남겨두고, 타이밍에 맞춰 결정권자를협상 테이블로 끌어올리는 사람 —
그가 협상에서 결국 게임을 주도하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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