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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협상 심리전 ‘싼 것부터 보여달라’로 유리한 기준 세우기

최종 수정일: 11월 16일

협상 교육 전문가 김상철 박사의 5분 협상 레시피 .01 가격 협상 심리전


1. 상황 (Situation)

가방을 하나 사려던 당신이 두 가게를 들렀다고 해보자.

     

먼저 순돌이네 가게.

문을 열고 들어서자 순돌이가 활짝 웃으며 고급스러운 가죽가방을 내민다.

“요건 20만 원짜리예요. 이건 15만 원짜리, 그리고 요게 10만 원짜리입니다.”

당신은 본능적으로 첫 번째 가방의 질감을 손끝으로 느껴본다.

‘좋긴 한데 좀 비싸네…’

그다음 15만 원짜리를 보며 ‘음, 조금 저렴하네’라고 생각하고,

세 번째 10만 원짜리가 나오자 이렇게 느낀다.

“오, 괜찮은데? 이 정도면 꽤 싸다.”

     

가교협상의 심리
가격협상의 심리

여기엔 단순한 가격 비교가 아니라 감정의 기준선이 움직이는 과정이 숨어 있다.

처음에 본 20만 원짜리가 당신의 머릿속에 ‘기준점’을 만들었다.

그래서 10만 원짜리는 실제로는 비싼 물건임에도 절반 가격의 ‘득템’처럼 느껴진다.

눈앞의 상품은 달라지지 않았지만, 마음속 계산기는 이미 “싸다” 쪽으로 기울었다.

     

이제 옆집 영심이네 가게로 가보자.

영심이는 이렇게 꺼내놓는다.

“이건 3만 원짜리예요. 이건 7만 원짜리, 그리고 마지막이 10만 원짜리예요.”

처음 본 가방은 저렴하지만 디자인이 조금 투박하다.

‘이 정도면 싸네.’

7만 원짜리는 조금 괜찮지만 여전히 저렴해 보인다.

그런데 마지막 10만 원짜리가 나오자 당신의 뇌가 이렇게 말한다.

“응? 이건 좀 비싼데?”

     

이때 당신이 느끼는 건 ‘가격의 절대값’이 아니라 상대적 차이다.

3만 원에서 시작해 10만 원으로 올라왔기 때문에,

10만 원이 ‘고급’이 아니라 ‘과한 지출’로 느껴진다.

결국 당신은 자연스럽게 말하게 된다.

“이거 조금만 깎아주시면 안 될까요?”

     

이게 바로 가격 인식의 착시다.

같은 10만 원이라도, 어떤 순서로 만났느냐에 따라

당신의 뇌는 전혀 다른 감정 신호를 보낸다.

순돌이네 10만원짜리 가방은 “합리적이다”.

하지만 같은 가격인 영심이네 10만원 짜리리 가방은 “비싸다”이다.

     

대비효과와 가격협상
대비효과와 가격협상

이러한 현상은 대비효과 때문이다.

즉, 이전의 가격과 대비해서 10만원 짜리 가방이 상대적으로 싸거나 비싸게 느끼는 것이다.

 

그래서 경험 많은 상인은 비싼 걸 먼저 보여준다.

비교 기준을 비싼 가격에 고정시켜야

그다음 물건이 자동으로 ‘합리적(혹은 저렴하게)’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만일 당신이 싸게 사고 싶다면 이 법칙을 거꾸로 이용하면 된다.

판매자에게 3만 원짜리 → 7만 원짜리 → 10만 원짜리 순서로 보야 달라고 하는 것이다.

그러면 상대방(판매자)의 머릿속에 판매 가격의 기준점 가격이 낮아지고,

판매자 관점에서 당신에게 10만 원 짜리 가방은 ‘당연한 가격’이 아니라 ‘다소 부담스러운 가격’으로 느껴진다.

     

그렇게 때문에 손님은 당신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가격을 깎기가 쉽게 된다.

     

     

2. 분석 (Insight)

협상에서 가격(숫자)보다 먼저 작동하는 건 ‘기준점(Anchor)’이다.

즉, 10만원 짜리 이전에 가격이 기준점 역할을 한다는 뜻이다.

     

사람들은 처음 접한 정보가 머릿속의 기준이 되어 이후 판단에 영향을 받는다.

이걸 앵커링 효과(Anchoring Effect)라고 한다.

     

닻내리기 효과(anchoring effect)와 가격협상
닻내리기 효과(anchoring effect)와 가격협상

이 두 가지—대비 효과와 앵커링—는 협상의 ‘심리 기초 체력’이다.

     

예를 들어보자.

한 대기업에서 협력업체와 납품 단가 협상을 했다.

협력업체 대표는 “이번엔 단가를 10% 올려주셔야 합니다”라고 먼저 제시했다.

그러자 대기업 구매팀장은 이렇게 말했다.

“10%는 너무 큽니다. 우리도 경영이 어려워서 2%밖에 못 올려요.”

이 협상은 결국 5% 인상으로 타결되었다.

     

표면상으로는 ‘절반씩 양보한 타협’ 같지만,

사실 기준점을 먼저 잡은 쪽은 협력업체였다.

     

그들이 먼저 10%라는 앵커를 먼저 던졌기 때문이다.

만약 처음부터 “5% 정도만 올려주세요”라고 했더라면

결과는 2~3% 인상에 그쳤을 것이다.

먼저 제시한 숫자가 전체 협상의 무게중심을 만든다.

     

쇼핑에서도 같은 원리가 작동한다.

자동차 영업사원은 고객에게 풀옵션 차량부터 보여준다.

“이 모델은 5,000만 원입니다. 기본형은 3,800만 원이에요.”

이때 3,800만 원은 ‘할인된 가격’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처음부터 3,800만 원짜리를 보여줬다면

같은 금액이 ‘꽤 비싼 차’로 느껴졌을 것이다.

     

대비 효과의 무서운 점은 우리를 이성적으로 반응하지 않게 한다는 점이다.

우리는 계산기로 가격을 비교하지 않는다.

‘처음 본 것보다 싸냐, 비싸냐’로 판단한다.

     

그래서 협상 고수는 상대의 눈앞에 비교 기준을 심어 놓는다.

그 기준이 높을수록, 그 뒤의 제안이 합리적으로 보인다.

문제는, 많은 사람이 이걸 알면서도 반대로 행동한다는 것이다.

     

‘처음부터 싼 거 보여 달라’ 하면 왠지 체면이 구겨질 것 같아서

“비싼 거부터 보자”며 스스로 순돌이의 덫에 걸린다.

     

결국 자신이 만든 앵커에 스스로 묶여

“이 정도면 싸지” 하며 지갑을 연다.

이건 협상이 아니라 심리적 자기함정이다.

결국 협상력은 논리보다 심리에서 나온다.

보여주는 순서, 기준을 세우는 타이밍, 첫 제안의 방향이 결과의 절반을 결정한다.

이 차이를 읽을 줄 아는 사람이, 이익을 가져간다.

     

협상력과 가격협상
협상력과 가격협상

3. 이렇게 협상하라! (Action)

하나! 보여주는 순서를 바꿔라.

물건을 살 때는 “가장 싼 것부터 보여주세요.”라고 하라

응용 : 중고차 보러 가서 “연식 조금 오래되도 괜찮아요, 가장 저렴한 모델부터 볼게요”라고 하면

영업사원이 고가 차량을 미끼로 삼기 어렵다. 협상 시작점이 자동으로 내려간다.

     

둘! 첫 제안을 선점하라.

먼저 제시한 숫자가 협상의 무대를 만든다.

응용 : 프리랜서 디자이너가 “브랜딩 패키지는 200만 원 기준이에요”라고 말하면,

클라이언트는 그 근처에서만 금액을 논의한다.

반대로 “예산이 어느 정도세요?”부터 묻는 순간, 상대의 기준에 갇힌다.

     

셋! 체면보다 실리를 택하라.

“싼 거부터 보여 달라고 하면 창피하다”는 생각은 협상에 독이다.

응용 : 가전매장에서 “리퍼나 오픈박스 제품 먼저 볼 수 있을까요?”라고 묻는 고객은

같은 모델을 10~20% 저렴하게 가져간다.

체면 챙기다 정가(定價)를 내면, 지갑이 대신 얼굴이 된다.

     

넷! 기준점을 변경하라!

상대가 비싼 걸 먼저 보여주면 이미 심리전이 시작된 것이다.

응용 : 가구점에서 400만 원 → 280만 원 → 200만 원 소파를 보여줄 때,

“같은 디자인으로 기본 프레임 구성은 얼마죠?” 한마디면

기준점을 당신 쪽으로 되돌릴 수 있다.

     

판매자와 구매자의 가격협상 전략
판매자와 구매자의 가격협상 전략

4. 5분 요약 (Summary)

“협상은 순서의 싸움이다. 먼저 보여주는 것이 기준이 되고, 기준을 세우는 쪽이 이긴다.”

싸게 사고 싶다면, 가장 싼 것부터 보여 달라고 하면서 당신에게 유리한 기준점을 세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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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협상전문 네고컨설팅 since 2003

 대표 김상철 

031. 283. 2131 / mynego100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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